꼬마빌딩 매입 전, 등기부보다 먼저 ‘길’을 확인하라
2026.11.04 · 배준형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이번 시간에는 노후 꼬마빌딩을 사서 새로 짓거나 고치려는 분들이 가장 늦게 확인하고, 가장 크게 후회하는 문제인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골목이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그 길을 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적도를 확인해 보면 골목 일부가 개인 소유의 땅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땅을 매입해 건물을 새로 지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원하는 폭의 길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1996년 11월 29일 선고한 판결(96다33433, 33440)에서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를 정할 때 장래의 토지 이용계획까지 미리 고려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사건에서도 법원은 토지의 이용 상황과 주변 토지 소유자의 손해 등을 고려해 폭 2m의 통행로를 인정했습니다. 앞으로 토지를 어떻게 개발할 계획인지만으로 통행로를 넓혀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지나갈 권리’와 ‘지을 수 있는 권리’는 다릅니다.
큰길로 나갈 통로가 없거나 통로를 확보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드는 땅의 소유자는 일정한 요건 아래 이웃 땅을 지나갈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받습니다(민법 제219조). 이를 주위토지통행권이라고 합니다. 많은 매수자가 “길이 없어도 통행권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권리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통로의 위치와 폭은 이웃 땅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방향으로 정해지고, 원칙적으로 그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폭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2일 선고한 판결(2005다70144)에서 토지 이용의 편의를 위해 다소 필요한 정도에 그친다면 자동차 통행까지 허용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건물을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치려면 해당 공사에 적용되는 건축법규를 충족해야 합니다. 건축법은 원칙적으로 대지가 도로에 2m 이상 접하도록 요구합니다. 여기서 2m는 도로의 폭이 아니라 대지가 도로에 접하는 길이입니다. 건축법상 도로는 일반적으로 폭 4m 이상을 기준으로 하지만, 예외도 있고 건물 규모와 용도에 따라 추가 요건이 적용됩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지나갈 수 있는 길’과 관청이 요구하는 ‘지을 수 있는 길’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매입하면, 싸게 산 노후 건물의 재건축이나 증축 계획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매입 전, 이 세 가지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첫째, 지금 쓰는 진입로가 누구 땅인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멀쩡한 골목처럼 보여도 지적도를 펼치면 개인 소유의 땅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아무 문제없이 드나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의 통행이나 건축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둘째, 그 길이 건축허가에 필요한 도로로 인정되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과 건축법상 도로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도로의 지정 여부와 폭, 대지가 도로에 접하는 길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골목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도로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도로 지정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 등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물대장과 지적도뿐 아니라 토지이용계획확인서도 살펴보고, 계획하는 건축 규모가 가능한지는 관할 지자체 건축부서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길 주인과의 관계를 미리 정리할 수 있는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통로 부분을 매입하거나, 사용 동의를 받거나, 지역권 같은 권리를 등기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통행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과 건축법상 도로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소송으로 통행권을 다툴 수도 있지만, 앞의 판결들처럼 결과가 원하는 폭과 다를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거래 전에 해결 가능성과 비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사 버렸다면 방법이 없습니까?”
진입로 문제를 매입 후에 알게 된 건물주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때부터는 선택지가 줄고, 협상의 주도권이 길 주인에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통로 부분을 사려 해도 상대방이 부르는 값이 시세와 다를 수 있고, 이웃과의 관계가 이미 틀어졌다면 협상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 문제는 길을 쓰는 사람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자기 땅 위로 남이 수십 년째 지나다니는 이웃 소유자 역시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손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한 통행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통로를 일방적으로 막는다면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통행에 필요한 범위와 이웃 토지의 손해를 함께 고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필자가 노후 건물을 볼 때 먼저 펼치는 서류
필자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염두에 둔 노후 건물을 검토할 때, 등기부보다 지적도와 건축물대장을 먼저 펼칩니다.
건물로 들어가는 길이 누구의 땅인지, 그 길로 지금 계획하는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가 가격보다 먼저 확인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등기부의 소유관계와 권리관계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진입로와 건축 가능성을 먼저 살펴보면 매입 검토를 계속할 만한 물건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입지가 좋고 가격이 싸도, 원하는 규모로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 없다면 투자 계획은 처음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밸류업 처방전
노후 꼬마빌딩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지금 서 있는 건물만 봐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어떤 규모로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는지에 따라 투자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진입로입니다.
꼬마빌딩 매입을 검토하고 계신다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지적도부터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그 길이 누구의 땅인지,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되는지, 원하는 건축계획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십시오.
길 하나를 잘못 판단하면 매입 후 수년간 준비한 개발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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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글이며, 개별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한국경제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에 실린 칼럼을 승인을 받아 옮긴 것이에요.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