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투자자문팀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이동현
2024.05.28 · 배준형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재래시장에 가서 티셔츠 한 벌을 살 때, 혹은 운동화 한 켤레를 살 때도 값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흥정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생일대의 가장 큰 거래라고 말할 수 있는 부동산을 살 때 흥정의 과정 없이 제값을 다 주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자영업자 B씨(여/55세). 현재 그녀는 서울 강남권에 오피스빌딩 2채와 구분상가 3개 호를 소유하고 있다. 그녀의 경우 평소 몸에 밴 이른바 ‘장사꾼 기질’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도 반드시 흥정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했다. 실제로 B씨는 8년 전 상속 이슈 때문에 급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7층짜리 오피스빌딩을 당시의 시세 280억 원(토지가격 기준 3.3㎡당 1억 원)보다 훨씬 저렴한 210억 원(3.3㎡당 7,500만 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사실 해당 빌딩은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마케팅 가격이 3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그 가격에 빌딩을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투자자를 찾아낼 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해당 빌딩의 경우 공실이 없었음에도 임대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대수익률이 매우 낮았다. 당시 시장요구수익률(연 3.0~3.5%)에 크게 못 미치는 연 1.8%대에 머물렀기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따라서 대출을 활용하기보다는 현금중심으로 매입할 수 있는, 이른바 ‘준비된 투자자’만이 접근할 수 있어 보였다.
문제는 B씨가 해당 빌딩을 소개받았던 그 당시만 해도 세계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정국마저 불안해지자 수많은 투자자가 부동산 매입 자체를 보류하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준비 안 된 상속 발생으로 세금이 체납된 상태였던 매도자로서는 몹시 당황스럽고 난감할 뿐이었다. 하지만 매수 희망자 B씨는 이를 흥정의 카드로 활용했다. 상대방의 조급증(상속에 따른 세금 체납 이슈로 서둘러 매각하려는 매도자 측의 심리상태)과 급변하는 시장분위기(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여파로 국내외 정세불안 가중)를 가격흥정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시세(280억 원)는 물론, 심지어 감정평가 금액(240억 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210억 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2024년 현재, 이 빌딩의 시세는 최소 650억 원에 달한다. 흥정으로 초대박을 맞이한 B씨였다.
하나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투자자문팀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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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경제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에 실린 칼럼을 승인을 받아 옮긴 것이에요. 원문 보기 ↗